길 위에 버린 1시간27분…'30분 출퇴근' 尹정부선 이뤄질까 [대통령 연설 읽기]

입력 2022-12-27 08:00   수정 2022-12-27 13:42

“인생에서 일하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빼면 4분의 1을 길에서 보낸다”

지난 9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을 발표하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매일 ‘만원 버스’와 ‘지옥철’에 몸을 맡겨야 하는 직장인들의 격한 공감을 샀다. 윤 장관이 발표한 이 로드맵은 자율주행차·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신도시 계획 단계부터 반영해 출퇴근 시간을 대폭 줄인다는 구상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사람은 수도권에서만 하루 평균 730만명으로,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경우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는 평균 1시간 27분이 소요됐다. 지역 내에서는 서울 47분, 인천 50분, 경기 1시간 36분이 걸렸다. 현관문을 나설 때부터 추산하면 출퇴근에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낭비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교통망 확충에 열을 올리고, 선거 때마다 앞다퉈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윤 정부도 모빌리티 혁신과 더불어 국정과제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확대를 넣어 수도권 출퇴근 30분 시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지옥철 대명사가 된 ‘1974년생’ 지하철 1호선


1960년대 산업화 시대가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더 많은 일자리와 더 좋은 기회를 찾아 서울로 이주해 왔다. 1971년 550만명 수준이었던 인구는 10년 후 두 배 가까이 늘었고, 대도시의 과밀화로 교통 체증이 최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1년 4월 12일 서울 지하철 기공식에서 “버스를 늘리고 좁은 길을 확장하고 육교를 가설하고 고가 도로를 놓고 터널을 뚫어도 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 때문에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건 쉽지 않다”며 “땅 위에서는 (교통 인프라를) 더 하기 어려워져 이제는 땅 밑으로 들어가야 하겠다, 즉 지하철을 만들어야 하겠다는 얘기”라며 서울역을 중심으로 5개의 노선을 부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974년 8월 15일, 첫 삽을 뜬지 3년 4개월 만에 서울역~청량리 9.5㎞ 구간의 지하철 1호선과 수도권 전철이 함께 개통됐다. 순환선인 2호선은 1984년 5월 22일 완공돼 강남과 강북을 ‘30분 생활권’으로 좁혔다. 당시 시청역에서 열린 개통식에 참석한 전두환 대통령은 서울대입구역까지 직접 시승했다. 그러나 1호선과 2호선을 갈아타는 신도림역, 서울에서 인천·수원으로 갈라지는 구로역은 환승 인파가 몰리면서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고 ‘지옥철’의 대명사가 됐다.

지하철은 이듬해 3·4호선 확장을 시작으로 2009년 9호선까지 개통됐다. 1호선이 달리던 첫해 서울 지하철은 수송 분담률이 1%에 불과했지만, 코로나 이전인 2019년 41.6%까지 상승하면서 서울을 대표하는 대중교통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용차로?환승 할인…대중교통 이용 유도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2004년 단행한 서울 시내 대중교통 체계 개편은 대표적인 치적으로 꼽힌다. 뒤죽박죽이던 버스 노선을 체계화하고 중앙 전용차로제를 도입해 버스 운행속도를 높였으며, 버스나 지하철로 갈아타면 요금을 깎아주는 ‘환승할인제’도 시행했다. 개편 당시 부정적 여론과 초기 극심한 혼란을 겪었지만,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도 2004년 9월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성공적인 정책 사례”로 언급했었다.



이 대통령은 2009년 2월 9일 ‘원칙과 기본’을 강조한 라디오 연설에서 당시 정책이 어떤 우여곡절을 거쳐 추진됐는지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교통체계 개편은) 공무원·노조·버스 사업자는 물론 정치권도 심하게 반대했고 설상가상으로 시행 첫날부터 카드시스템이 오작동하면서 시민의 불편과 비난을 감당해야 했다”며 “매일 밤 상황실에서 밤을 새워 가며 문제를 점검하고 고쳐나갔고 결과적으로 서울의 대중교통 체계는 안정을 찾아갔다. 상황이 어렵다고 원칙을 버리고 되돌아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임기를 한 달여를 남긴 2013년 1월 ‘택시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인과 얼굴을 붉혔다. 택시법은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지정해 유가 보조금 등을 지원하자는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교통 인프라 확충을 명분으로 추진했었다. 이 대통령은 정권 인계 와중에 당선인과 불편한 관계가 되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해마다 2조원에 가까운 혈세를 퍼부어야 하는 포퓰리즘 법안을 지지할 수 없다고 판단해 제동을 걸었고, 박 대통령은 “현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했으니 현 정부가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쾌한 심정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정치에 휘둘린 GTX…10여년간 희망 고문
노태우 정부가 주택난 해결을 위해 1기 신도시를 건설했지만 광역교통 대책은 ‘선입주 후개통’으로 이뤄지면서 주민들은 수년간 교통 공백에 시달려야 했다. 2007년 1기 신도시보다 10~20㎞ 더 먼 곳에 들어선 2기 신도시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출퇴근 지옥’은 더욱 심각해졌다.



이때 등장한 개념이 ‘GTX(Great Train Express)’라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로, 2009년 경기도가 국토부에 3개 노선을 제안하면서 구체화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이 어느 정도 추진된 이후인 2011년부터 나서기 시작했지만, 대통령 선거 등으로 사실상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GTX 구축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박근혜 정부도 경제성 미달로 예비 타당성 조사 문턱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GTX가 속도를 낸 건 문재인 정부 들어서였다. 문 대통령은 2019년 10월 17일 긴급경제장관회의에서 “교통난 해소를 위해 광역교통망을 조기에 착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이후 국토부가 수도권 서부권을 동서로 연결하는 GTX-D 노선 신설을 공식화했다. A노선을 제외한 2개 노선이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상태에서 판이 커졌다.

D노선은 이른바 ‘김부선’으로 불리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울 강남 관통을 기대하던 지역 주민의 요구와 달리 정부가 당초 김포와 부천을 잇는 것으로 발표하면서 거센 반발을 부른 것. 2021년 5월 14일 청와대 회동 당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 대통령 면전에서 노선 수정의 전향적 검토를 요구했지만 강남 대신 용산 직결로 최종 확정됐다.

서희연 기자 cub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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